2025년 여름, 한국 법정드라마 팬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법조계 배경을 공유하는 두 작품, ‘서초동’과 ‘에스콰이어’가 동시에 방영되며 각기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는 현실적인 직장 성장극, 후자는 감성적인 법정 휴먼드라마로, 법과 사람의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작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장르·연출·캐릭터·사건 구성 측면에서 비교합니다.
[ 공통점: 법과 사람의 이야기]
두 드라마 모두 변호사와 로펌을 중심 무대로 설정해 법정 안팎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의 관계를 그립니다. 사건의 결과만을 쫓기보다, 법률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공통적입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증거를 찾아내며 재판에서 승소를 위해 싸우는 과정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겪는 가치관의 변화와 관계의 진전까지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법률 용어와 재판 절차를 사실적으로 반영해 장르적 몰입감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이 선택한 서사의 무게 중심은 크게 다릅니다.
[서초동: 현실감 있는 직장 성장 드라마]
‘서초동’은 로펌에서 일하는 어쏘 변호사 다섯 명의 일상을 중심에 둡니다. 각자 다른 배경과 성격을 지닌 이들이 사무실에서 부딪히며, 사건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성장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 드라마의 장점은 ‘생활감’입니다. 회의실에서의 치열한 토론, 점심 식사 자리의 소소한 농담, 야근 뒤 한잔 술자리에서의 속마음 고백 등, 현실 직장인의 공감을 자극하는 장면이 많습니다. 법정 장면은 길지 않지만, 그만큼 사무실과 일상에서의 갈등과 화해, 우정이 강조됩니다. 사건 해결 과정에서도 긴장감보다는 인물 간 케미스트리와 유대감이 중심이 되며,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연출 또한 차분하고 현실적인 톤을 유지하며, 과도한 극적 장치보다 관찰하듯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 ‘오피스 성장극’의 성격을 강화합니다.
[에스콰이어: 감성과 긴장감을 모두 잡은 법정 휴먼드라마]
‘에스콰이어’는 멘토 변호사 윤석훈과 신입 변호사 강효민의 관계를 축으로, 매회 다른 사건을 다룹니다. 각 사건은 법과 도덕의 경계에 서 있으며, 승패만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드라마의 특징은 사건마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변주한다는 점입니다. 모성애, 동료애, 자기애, 가족애 등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사건의 중심에 놓이며, 그 안에서 주인공들은 신념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법정 장면의 긴장감과 인물 간 감정선의 밀도를 동시에 높입니다. 연출은 카메라 워크와 조명으로 법정의 박진감을 살리고, 인물의 감정 변화는 클로즈업과 절제된 음악으로 섬세하게 포착하여 몰입을 극대화합니다.
[장르적 성격과 사건 구성 비교]
장르적으로 ‘서초동’은 오피스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사건은 존재하지만 법정 공방의 비중은 크지 않으며, 일터에서의 관계와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반면 ‘에스콰이어’는 본격 법정극의 구성을 따릅니다. 매회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고, 재판 준비–법정 변론–판결로 이어지는 사건의 흐름이 명료합니다. 사건의 성격도 다릅니다. ‘서초동’이 직장 내 갈등, 일과 삶의 균형, 커리어 고민 등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한다면, ‘에스콰이어’는 사회적·윤리적 논쟁이 될 만한 사건을 통해 정의와 인간성의 충돌을 부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전자는 ‘관계 중심 성장 서사’, 후자는 ‘사건 중심 휴먼 드라마’로 방향이 갈립니다.
[ 시청자 반응과 선택 포인트]
‘서초동’은 직장 생활 경험이 있는 시청자들에게 특히 호응을 얻습니다.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으면서도 공감과 위로를 주는 장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물들의 사소한 실수와 회복, 팀워크의 형성 과정이 시청자의 일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반대로 ‘에스콰이어’는 법정 장르의 치열함을 선호하거나, 진중한 서사와 도덕적 질문을 즐기는 시청자에게 어필합니다. 에피소드마다 다른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가 여운을 남기고, 멘토–멘티 관계의 진화가 서사의 뼈대를 단단히 지지합니다. 두 작품 모두 ‘법과 사람’을 이야기하지만, 전자가 공감과 위로의 정서를, 후자가 성찰과 긴장감의 감정을 선명하게 제공합니다.
결론적으로, ‘서초동’과 ‘에스콰이어’는 같은 법조계라는 무대를 공유하면서도 서사의 무게중심과 연출 톤에서 분명히 갈라섭니다. 현실적이고 유쾌한 직장 성장극을 원한다면 ‘서초동’을, 감성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법정 휴먼드라마를 찾는다면 ‘에스콰이어’를 추천합니다. 취향에 맞게 선택해도 좋지만, 두 작품을 함께 비교하며 시청한다면 법정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스펙트럼의 넓이를 더욱 풍부하게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