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다큐멘터리 영화 퍼스트레이디는 정치·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지금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된 전 대통령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 씨를 중심으로 벌어진 다양한 의혹들을 심층적으로 조명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폭로물이 아니라, 저널리즘적 내러티브와 구조적 편집을 통해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최근 개봉한 영화 신명과 함께 '퍼스트레이디'라는 공적 지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문화적 상징성을 비교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김건희 씨가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 감독에게 '날 주인공으로 영화 한 편 만들면 어때요?'라고 물었다는 일화가 모 유튜브 방송에서 거론되며 많은 이들에게 쓴웃음을 짓게 만들었던 일화를 떠올리면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건희 중심의 서사, 권력의 그림자 드러내다
영화 퍼스트레이디의 가장 큰 특징은 김건희 씨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퍼스트레이디'라는 공적 위치가 어떻게 권력과 맞닿아 있는지를 조명한다는 점입니다. 영화는 단순히 그녀의 논문 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허위 경력 의혹 등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사건의 흐름과 맥락을 통해 하나의 서사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예컨대, 특정 언론 보도가 처음 터졌을 당시의 사회 반응, 이후 검찰이나 국회의 대응, 김건희 씨 본인의 해명이나 침묵,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여론이 변화하는 양상까지 모두 아카이브 기반으로 정리되어 있어, 단일 사건이 아닌 ‘권력 감시 구조의 실패’를 이야기합니다. 김건희 씨는 공식 석상에서는 ‘조용한 내조’를 강조했지만, 다큐에서는 대통령의 일정, 외교적 의전, 예술계와 재계 인사들과의 만남 등 다방면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대조는 한국 사회가 여성 퍼스트레이디에게 기대하는 상(像)과 실제 사이의 간극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또한 영화는 김건희 씨를 둘러싼 이미지를 만들어낸 언론과 소셜 미디어의 역할도 조명하며, ‘퍼스트레이디’라는 타이틀이 지닌 무게와 위험성을 묻습니다. 더불어 이 작품은 단순히 그녀의 사생활이나 인격적 비판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왜 이런 구조가 반복되는가’, ‘권력의 배우자는 어디까지 사적 인물이고 어디부터 공적 인물인가’라는 사회학적 질문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김건희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 한국 정치 시스템 내 권력 감시, 언론 통제, 성 역할 고정관념 등 복합적인 사회 문제를 통합적으로 보여주는 효과를 냅니다.
신명과의 비교: 진실이 담긴 픽션 영화와 다큐멘터리
최근 공개된 영화 '신명'과 2024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퍼스트레이디'는 김건희 여사를 연상시키거나 그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 차례로 다큐멘터리와 영화로 제작되면서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권력의 이면과 이미지 정치, 그리고 퍼스트레이디의 존재감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먼저, '신명'은 무속과 권력을 결합한 상징적 서사를 통해, 주인공이 점차 권력의 정점에 다가서는 과정을 신화적으로 그립니다. 여기에는 근거 없는 신비주의, 우상화된 이미지, 비공식적 영향력에 대한 은유가 짙게 깔려 있으며, 이는 현실 속 김 여사가 보였던 모호한 행보와도 연결됩니다. 특히 공적인 검증을 피하면서도 국정에 관여하는 듯한 모습은 영화 속 ‘신명’의 인물과 겹쳐 보입니다. 반면, '퍼스트레이디'는 보다 현실적인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며, 대통령 부인의 야망과 권력 개입,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혼란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공적 자격이 없음에도 막후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여론 조작과 이미지 전략을 통해 사회를 움직이려 합니다. 이는 실제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들—비선 논란, 허위 이력, 공적 외교 활동 등—을 연상케 합니다. 결국 두 영화 모두 현실에서 논란이 된 김건희 여사의 존재 방식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신명'은 상징을 통해, '퍼스트레이디'는 현실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외면했던 문제들을 드러내며, 대통령 부인의 사적 권력이 민주주의와 공적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되짚게 만듭니다.
의혹 제기, 편집의 힘, 그리고 관객의 몫
퍼스트레이디가 갖는 강력한 힘은 단순히 다룬 주제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 보여주었는가’에 있습니다. 영화는 감정적 해석이나 감독의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 자료를 시계열로 배열해 스스로 메시지를 만들어가는 구조를 취합니다. 특히 김건희 씨의 발언과 행동, 대응 태도가 시점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뉴스 화면과 재판기록, 공문서 등으로 교차 편집함으로써, ‘이야기’가 아닌 ‘증거’를 중심으로 관객에게 충격을 전합니다. 예를 들어, 초반에는 다소 단편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의혹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하나의 큰 그림이 형성됩니다. ‘공적 권력에 사적으로 개입했다’는 추정이 단순 의혹이 아닌, 다양한 정황과 자료 속에서 실제성 높은 주장으로 변해가는 흐름은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는 단순한 고발을 넘어서,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승화됩니다. 또한 이 영화는 ‘진실이 무엇인가’보다 ‘우리는 진실을 검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단지 한 명의 인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권력의 사적 사용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언론은 제 기능을 하고 있는가? 사법기관은 공정한가? 공직자 검증 절차는 충분히 투명한가? 이러한 질문들이 영화 속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더라도, 그 여운은 관객의 몫으로 남습니다. 다큐멘터리로서 퍼스트레이디는 ‘말하지 않고 설득하는’ 방식, 즉 편집과 구성의 힘만으로 강력한 비판 메시지를 전하는 희귀한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치적 성향을 떠나 모든 관객이 자료를 토대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구성된 서사는, 다큐멘터리의 이상적 기능을 실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퍼스트레이디는 단순한 고발 다큐를 넘어서, 권력과 여성, 공사 구분, 시스템적 감시의 실패 등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통찰력 있게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동시 개봉작 신명과의 비교를 통해 퍼스트레이디라는 제도가 시대에 따라 어떤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들며, 관객 스스로 '진실'이라는 개념을 비판적으로 사유하게 만듭니다. 이 두 작품은 단순히 정치적 논쟁을 유발하기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시스템과 기억, 감시와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기록물이자 성찰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