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6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추적’은 최승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명박 정부 시절 강행된 4대강 사업의 민낯을 파헤친 작품입니다. 탐사보도 전문 PD 출신인 최 감독은 ‘MB의 추억’, ‘자백’ 등 굵직한 사회고발 작품을 통해 날카로운 시각을 보여왔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영화는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 수질 개선,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추진됐지만, 실제로는 자연 생태와 지역 주민의 삶에 심각한 상처를 남겼음을 차분하게 짚어 나갑니다.
환경 파괴의 현장을 기록하다
‘추적’은 공사 당시의 자료 화면과 현재 강의 모습을 교차 편집해 보여줍니다. 화면 속에는 장기간의 정체 수역으로 바닥이 드러난 강 구간, 여름철 급증한 녹조, 어류와 조류의 서식지 파괴 장면이 생생히 담깁니다.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증언은 사업 전후로 강의 수질과 생태계가 어떻게 급격히 악화되었는지를 뒷받침합니다. 대규모 준설은 강의 자정 능력을 떨어뜨렸고, 곳곳에 세워진 보는 물 흐름을 막아 정체를 유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녹조 발생 빈도와 강도의 증가, 어종 다양성 감소, 수변 생태계 붕괴가 이어졌다는 점을 영화는 현장 기록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정책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영화는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 내재한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를 함께 지적합니다. 전문가 그룹과 환경단체가 제기한 과학적 근거와 반대 의견이 정책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과정에서도 투명성과 공정성이 부족했다는 지점을 짚습니다. 정책 담당자 인터뷰, 국회 청문회 영상, 당시 브리핑 자료 등을 통해 정부가 얼마나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였는지 보여주며, 명분과 실제 결과 사이의 괴리를 관객에게 차분히 묻습니다.
4대강 이후, 무엇이 남았나
‘추적’은 과거의 비판에 머물지 않고 현재 진행형의 과제를 포착합니다. 보 해체와 개방이 논의되거나 시행된 구간에서 일부 수질과 흐름이 회복되는 사례가 나오지만, 여전히 보 유지·관리와 환경 복구에 막대한 공공 재원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현실을 통해 하천 관리의 원칙, 생태 복원의 우선순위, 기후위기 시대의 수자원 정책 방향을 질문합니다. 특히 홍수 예방을 명분으로 한 토목 사업이 실제 위험 저감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자연 기반 해법과 비교해 비용 대비 효과가 있었는지 등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검토합니다.
다큐멘터리의 힘, 그리고 우리의 선택
최승호 감독의 연출은 냉철하지만 건조하지 않습니다. 강을 지키려 싸워온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고향 강의 변화를 지켜본 어민과 주민들의 인터뷰에는 체념과 분노가 교차합니다. 드론으로 담은 장대한 하천 전경과 파괴 지점을 세밀하게 포착한 클로즈업이 교차하며, 파괴의 규모와 복원의 난점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킵니다. ‘추적’은 뉴스 클립을 넘어 장기간 취재와 데이터, 현장 기록을 축적한 사회적 보고서에 가깝고, 관객에게 다음 질문을 남깁니다. 왜 이런 사업을 막지 못했는가,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우리가 반드시 들어야 할 경고
‘추적’은 4대강 사업의 폐해를 기록한 경고장입니다. 환경 문제는 단지 한 세대의 불편을 넘어서 미래 세대의 삶과 직결됩니다. 이 영화는 특정 정파의 논쟁을 넘어, 공공 정책의 설계와 집행, 감시와 평가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강의 흐름을 되찾고 생태계를 회복하는 길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잘못된 정책의 후유증을 방치하는 대가가 더 크다는 사실을 영화는 조용히 상기시킵니다. 올여름, 대형 상업영화 대신 깊이 있는 기록을 찾는 분들께 ‘추적’을 권합니다. 강의 현재를 직시하는 일이야말로, 더 나은 결정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